AI 에이전트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이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실행은 AI가 다 하니까, 우리는 방향만 잡으면 되겠지." 저희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몇 주 지나 달력을 보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자주 화면 앞에 붙어 있었습니다. 에이전트는 쉬지 않고 결과물을 쏟아내는데, 그걸 확인하고 승인하고 방향을 바로잡는 사람은 여전히 저희 둘뿐이었으니까요. AI 쓰는데 더 바쁜 이유, 오늘은 이 이야기입니다.
저희만의 착각은 아닌 듯합니다. 올해 2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린 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연구와, 5월 포춘이 다룬 '혼자 창업한 사람들과 AI' 기사가 비슷한 지점을 가리킵니다. AI가 '실행'의 병목은 풀어줬지만, 그 자리에 '결정'과 '확인'이라는 새 병목이 생긴다는 것이죠. 이 AI 업무 과부하가 무엇인지, 그리고 코딩을 모르는 작은 회사가 이걸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저희 경험을 섞어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연구가 말하는 것: AI 업무 과부하는 '일이 줄지 않고 바뀌는' 데서 온다
HBR에 실린 연구는 버클리 하스의 아루나 랑가나탄과 싱치 매기 예 연구진이 2025년 4월부터 12월까지, 미국의 한 기술 기업 직원 약 200명을 관찰한 결과입니다. 제목부터 결론이 담겨 있습니다. "AI는 일을 줄이지 않는다, 오히려 강도를 높인다."
연구진이 짚은 변화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업무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AI 덕분에 해볼 만해 보이는 일이 늘자, 시키지 않아도 새 일을 스스로 떠안았습니다. 둘째,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려졌습니다. 예전엔 쉬던 틈에 작은 일을 끼워 넣게 됐습니다. 셋째, 멀티태스킹이 늘었습니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열어두고 굴리게 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가 계속되면 업무량이 슬금슬금 불어나고, 인지 피로와 번아웃, 판단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 연구 대상은 동료가 있는 회사였습니다. 저희처럼 둘이서 굴리는 회사는 어떨까요? 확인을 나눠 줄 팀원이 없으니 같은 현상이 더 날것으로 나타납니다. 에이전트를 셋, 다섯으로 늘릴수록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결과물'도 정확히 그만큼 늘어납니다. 실행 속도는 몇 배가 됐는데 결정하는 사람 수는 그대로이니, 병목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자리만 옮겨 간 셈입니다.
2. 포춘이 보여준 장면: 일하는 손은 늘어도, 지켜보는 눈은 그대로
포춘의 5월 기사는 AI로 팀 없이 사업을 굴리는 창업가들을 조명했습니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의 J.P. 에거스 교수는 예전 같으면 사람을 뽑아야 했던 업무를 이제 창업가들이 AI 에이전트와 코딩 도구로 자동화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기사에 나온 Base44의 마오르 슐로모 창업자는 서비스를 혼자 만들어 운영하던 초기, 몇 달 동안 2~3시간마다 알람을 맞춰 두고 서버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희가 얻은 교훈은 하나입니다. AI는 '일하는 손'을 거의 무한히 늘려 주지만, '이게 맞는지 판단하는 눈'은 늘려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희처럼 코딩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AI가 만든 결과물이 괜찮은지 스스로 검증하는 일이 더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감각은 AI가 실행을 공짜로 만든 뒤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에서 다룬 이야기의 뒷면이기도 합니다. 실행이 싸질수록 비싸지는 건 판단입니다.
3. 저희가 줄이고 있는 '확인 노동' 세 가지
이 병목을 없앨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습니다. 저희가 실제로 쓰고 있는 방법입니다.
① 결정을 '등급'으로 나누기. 모든 결과물을 똑같이 꼼꼼히 보려니 지치는 겁니다. 그래서 되돌릴 수 있는 일(초안 작성, 자료 정리)은 나중에 몰아서 훑어보고, 되돌릴 수 없는 일(발행, 결제, 삭제, 외부 발송)만 그 자리에서 직접 승인하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승인을 어디서 받느냐까지 정해두면 더 단단해지는데, 그 부분은 AI 에이전트 승인을 AI 화면에서 받으면 안 되는 이유에 정리해뒀습니다.

② 확인 시간을 '몰아서' 잡기. HBR 연구가 말한 멀티태스킹과 경계 흐려짐이 가장 큰 소모라면, 알림이 올 때마다 반응하지 않는 게 답입니다. 저희는 하루 두세 번, 정해진 시간에만 에이전트들의 결과물을 한꺼번에 검토합니다. 무인 자동화도 결과 보고서를 한 폴더에 쌓아두게 해서, 정해진 시간에 그 폴더만 열어봅니다. 진짜 급한 실패만 휴대폰 알림으로 따로 오게 하고요.
③ 에이전트 수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만' 유지하기. AI 에이전트는 몇 명까지 굴려야 할까에서도 다뤘지만, 에이전트는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닙니다. 하루에 검토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면, 에이전트의 산출량도 그 범위 안에 맞춰야 합니다. 새 에이전트를 붙이기 전에 "이 결과물을 우리가 언제, 얼마 동안 확인할 건가"를 먼저 묻는 게 좋습니다. 답이 안 나오면 아직 붙일 때가 아닙니다.
4. AI 쓰는데 더 바쁘다면 — '팀 대체'가 아니라 '우리를 늘리는' 도구로
AI가 아껴준 시간을 또 다른 자동화를 얹는 데 쓰면, 결국 '더 바쁜 우리'만 남습니다. HBR 연구에서 직원들이 시키지 않아도 일을 더 떠안았던 것과 같은 함정입니다. 아낀 시간은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에 써야 합니다. 고객과의 대화, 신뢰 쌓기, 어떤 일을 할지 말지 정하는 결정 같은 것들입니다.
저희 기준은 단순합니다. 에이전트를 새로 붙였는데 하루가 더 바빠졌다면, 그건 실패한 도입입니다. 반대로 결과물을 확인하는 시간이 줄고, 그 시간에 고객이나 방향에 대해 더 오래 생각하게 됐다면 잘 쓰고 있는 겁니다.
마무리 — "뭘 더 자동화할까"보다 "뭘 확인해야 할까"
AI가 실행의 병목을 풀어 준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결정과 확인'이라는 새 병목이 생겼고, 작은 회사일수록 그 병목은 몇 사람의 주의력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희는 "AI로 뭘 더 자동화할까"보다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게 뭘까, 그걸 어떻게 줄일까"를 먼저 묻습니다.
오늘 바로 해 볼 수 있는 건 간단합니다. 지금 굴리는 자동화나 에이전트를 나열해 놓고, 각각의 결과물을 '언제 확인하는지' 옆에 적어 보세요. 답이 "그때그때 수시로"라면 이미 병목에 걸려 있는 겁니다. 되돌릴 수 없는 일만 바로 승인하고, 나머지는 시간을 정해 몰아서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희가 이런 기준을 하나씩 세워가며 둘이서 회사를 굴려온 과정은 「AI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실전편-」에 정리해뒀습니다.
작성: Art Gourmet · 참고: Harvard Business Review, "AI Doesn't Reduce Work—It Intensifies It"(2026.2), Fortune, "Solo founders are using AI to do the work of entire teams—but going it alone has limits"(2026.5.18). 본문의 연구·발언 내용은 원문과 교차 확인된 부분만 담았습니다.